오랜 시간 이어 쓰지 못한 몽글 이야기를 마무리하려 합니다. 아래 내용은 개발 당시 기준으로 작성되었으며 기억과 남아 있는 기록을 통해 정리했습니다. 때문에 실제 사실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몽글은 멈췄습니다. 약 3개월 동안 개발했던 몽글은 품질과 비용 문제로 프로젝트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마지막 소식으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몽글 프로젝트 실패 이후 의기소침해진 것도 있고, 다른 일에 몰입하다 보니 뒷전이 되어 버렸네요. 지금부터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지난 일들에 대한 글을 쓰면서 기록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흐릿한 기억에 의지해야 하는 것들은 대부분 ‘이런 것도 필요하겠어?’ 하며 넘겼던 것들이었습니다. 또한 개발 히스토리 관리에 필요한 기록과 블로그 포스팅에 필요한 기록이 다르다는 것을 배웠고, 그때그때 남기지 않고 개발에만 몰두한 결과 이 글을 정리하는데 생각보다 애를 먹었습니다.
그래도 마무리를 확실히 하고 싶습니다. 끝난 일을 끝났다고 남겨놓지 않으면 새해에 호기롭게 시작한 연재가 열린 채로 남기 때문입니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글을 내리는 편이 훨씬 쉬웠겠지만, 실패를 정리하는 과정에서도 배울 것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바이브 코딩으로 시작된 설렘, “우리 아이만의 동화”
몽글은 AI 오디오 동화 서비스였습니다. 지친 부모가 잠자리에서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여력이 없을 때, 아이에게 맞춘 동화를 만들어 대신 읽어 주는 것이 목표였죠.
기능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① 동화 글을 생성하고 ② 그 글로 오디오를 만듭니다. 두 단계 모두 사용자의 개인화 설정이 반영되어 “우리 아이만의 오디오 동화”가 만들어집니다. 제미나이(Gemini) API를 활용해서 구현하기로 했습니다. 바이브 코딩 덕분에 빠르게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테스트해 볼 수 있었고 바로 MVP 버전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기대만큼 영리하지 못했던 LLM과 음성 AI
그 당시 사용했던 Gemini 2.5 preview 버전은 생각했던 것보다 효율이 좋지 않았습니다. 텍스트 분량에 따른 오디오 생성 시간의 비선형적 증가, 출력물의 품질 편차, 그리고 API 서버의 불안정성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일반적으로 5분 정도 길이의 오디오를 생성하기 위해서는 약 2,000~2,500자의 텍스트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긴 오디오를 생성할 때 걸리는 시간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궁여지책으로 적정량을 정해 스트리밍 방식으로 분할 생성했는데 그마저도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아 늘 불안정했습니다.
생성된 콘텐츠의 품질도 들쭉날쭉했습니다. 비슷한 구성의 이야기가 반복되는가 하면, 오디오가 끊기거나 말투가 바뀌고 잡음이 섞이기도 했습니다. 이를 해결할 품질 검수 자동화 방법도 마땅치 않았습니다. 결국 만족스럽지 못한 품질 때문에 사용자의 생성 횟수와 대기 시간이 늘어나게 되고, 이는 곧 큰 실망감으로 돌아올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게다가 북미 사용자가 많은 것으로 추정되는 저녁 시간대에는 오류가 잦아 서비스를 구동 자체가 어려웠습니다. 이처럼 API 서버의 안정성에 따라 몽글 서비스의 품질이 좌우되는 구조는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체 모델 인프라 구축하자니, 당장 눈앞의 비용 문제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음성 AI 시장에서 한국어를 지원하는 모델이 많지도 않았지만 지원을 하더라도 어린이 동화용으로 쓰기엔 턱없이 부족한 품질이었습니다. 그에 비해 일레븐랩스(ElevenLabs)의 Multilingual v2와 v3는 만족스러운 성능과 품질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결국 오디오 파트는 일레븐랩스로 전면 교체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상대적으로 비싼 API 비용은 또 다른 숙제였습니다.
서비스를 가장 사랑해 줄 사용자가 만드는 적자
ElevenLabs 도입 이후, 비즈니스 모델(BM) 설계는 미궁에 빠졌습니다. 애초 계획은 월 구독 서비스 형태로 오디오를 무제한 제공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단가를 계산해 보니 5분 분량 동화 한 편의 원가가 그 당시 환율로 이미 700~900원 수준이었습니다. 여기에 생성 오류나 품질 문제로 인해 재시도하는 비용까지 더해지고, 서버 유지비와 스토어 수수료(15%~30%)까지 생각하면 수지타산이 전혀 맞지 않았습니다.
구독료를 올리자니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낮추자니 적자가 나는 구조였습니다. 크레딧을 결합한 요금제도 고안해 보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 매력적인 가격을 제시하기란 불가능했습니다. 1인 개발자가 온전히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마음이 무거웠던 점은 이 서비스를 가장 사랑해 줄 사용자가 가장 큰 적자를 만든다는 점이었습니다. 매일 밤 아이에게 동화를 들려주는 다정한 부모를 가정할 경우 말입니다. 개발 후반에 들어서는 이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버리스 AI(Serverless AI) 서비스까지 찾아보며 단가를 계산해 보았지만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단 한 번의 기회, 스타트업 그랜트라는 마지막 동아줄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마지막 방법으로 일레븐랩스 스타트업 그랜트(Tech Support Grant)에 신청했습니다. 초기 스타트업과 소규모 기업을 대상으로 12개월 동안 약 4,000달러 상당의 크레딧을 제공하는 하는 기술 지원 프로그램입니다. 대화형 AI(Conversational AI), 텍스트 음성 변환(TTS), 보이스 디자인, 음성 복제(Cloning), 음향 효과 및 음악 생성 등 플랫폼의 모든 기능을 무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만약 선정된다면 가장 큰 비용을 줄이면서 높은 품질의 서비스로 실제 시장 반응을 확인해 볼 수 있고, 수요만 증명한다면 안정적인 재정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문제는 단 1회만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기회는 단 한 번뿐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개인 개발자였던 저는 당장 사업가가 되어야 했습니다. 비즈니스 이메일을 만들고, 기업의 활동을 가늠할 수 있도록 회사 소개 홈페이지와 링크드인 계정을 만들고, 심사에 낼 피치덱을 만들었습니다. 사업자등록은 합격하면 하기로 하고 미뤄 두었습니다. 이 준비에만 한 달쯤 걸렸습니다.

3월 24일 새벽에 간절한 마음을 담아 제출했던 신청서는 6일 뒤 미선정 결과 안내 이메일로 돌아왔습니다. 탈락 사유를 따로 알려 주지 않아 다음에 참고하거나 반영할 만한 피드백도 얻지 못했습니다. 뭔가 허탈하면서도 깊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마지막 카드였기 때문에 플랜 B는 없었습니다. 그보다는 마지막 동아줄이 끊어졌기에 프로젝트를 더 이상 진행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그랜트 신청 과정에 대해서는 여건이 된다면 따로 포스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코드를 짜기 전, ‘헤비 유저 1명’의 원가부터 계산할 것
사업을 해 본 적 없는 제가 “만들 수 있다”라는 생각만으로 달린 면이 있었습니다. 만드는 일이 재미있고 빨라서 계산이 뒤로 밀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몽글 프로젝트를 진행되면서 비로소 이 서비스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사업의 규모를 넘어서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비록 멈춰 섰지만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다음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새겨둘 것들
- 사용량에 비례하는 원가는 개발 전에 계산합니다. 정액 구독 모델을 구상한다면 가장 많이 쓰는 헤비 유저 한 명의 원가부터 따져 봅니다.
- 대체재가 없다면 원가 협상력을 잃게 됩니다. 대안을 고를 때는 타협할 수 있는 품질의 최저 기준부터 명확히 정해야 합니다.
- 가격은 원가와 최소 마진에서 출발합니다. 경쟁사의 가격표는 내 서비스의 매력도를 가늠하는 참고 자료일 뿐입니다.
- 지원 사업은 시간을 벌어 줄 뿐, 비합리적인 원가 구조 자체를 바꾸지 못합니다.
만약 AI 서비스를 구상 중이라면, 코드를 짜기 전에 “가장 많이 쓰는 사용자 한 명”의 한 달 원가를 먼저 계산해 보세요.
몽글은 여기서 멈추지만, 또 다른 프로젝트를 위해
며칠 사이에도 새로운 모델이 업그레이드되는 요즘 AI 기술을 보고 있으면 ‘다시 도전해 볼까?’ 하는 마음이 불쑥 들 때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 뒤로 마냥 손을 놓고 지낸 것은 아닙니다. 작은 단위의 사이드 프로젝트를 계속하며 지냈습니다. 최근에는 카드 뉴스 자동 생성 프로그램과 퀵 메모 앱을 개발했습니다.
다음 연재에서는 그 이야기를 풀어 볼까 합니다. 몽글 개발 과정을 가감 없이 기록하겠다는 약속은 이렇게 끝까지 기록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려 합니다.